새 봄! 제비를 부른다

옥인동강

1. 동회에서 당첨된 텃밭. 동네 오래된 화원에서 채소 모종을 사며, 구석에 시들시들한 팬지를 하나 천원에 데려와 밭 가장 양지바른 곳에 심었다. 이파리도 새로 나고 꽤 튼실해지더니 깊고 푸른 보라색과 노란색으로 제대로 쳐다볼 수도 없게 눈부신 꽃잎을 거푸 펼쳤다. 텃밭 관리자가 다가와 묻는다. 그건 왜 심냐고. 모종 사면서 예뻐서 사왔다는 설명에 대꾸없이 나와 팬지를 쳐다본다. 아무도 없는 대낮, 따뜻한 햇살 속 팬지를 흙바닥에 앉아 그렸다. 텃밭 속 잡초, 팬지의 모습이다.

2. 청계천 버들을 그리며 눈에 든 예쁜 잡초를 새로 그리려 다시 찾아간 그 자리는 벌초가 되어있었다. 다행히 앉은 자리 주변에 같은 잡초가 새롭게 자라나 있어 그 모습을 담았다. 그리다 보니 그 위 남은 버들가지가 청초하게 드리워져 있어 추가로 그렸다. 

 3. 두서없이 시든 장미를 그리러 왔다가 다양한 장미의 세계에 빠졌다. 낚시의자도 챙기고 물통 겸 벼루놓을 환경도 만들고 담장 밖으로 뻗어 나온 긴 장미를 그렸다. 그 색과 자태를 담으며 행복했다.

4. 천변에 앉아 그리던 그림을 마무리하고 천변을 드나들며 오며가며 보게 된 장미를 바깥에서 그리기 시작하였다. 주말에는 연인들과 예쁜 강아지들과 그의 가족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다. 장미가 이제는 다 지겠지 생각하며 시든 장미를 그리러 갔는데, 아직 남아있었다. 연노란 꽃잎에 주황빛이 도는 사랑스러운 빛깔. 그리는 동안 호박벌이 여러번 다녀갔다.

5. 고급리조트에 갈 수 있는 행운으로 다다른 상업공간이지만, 토종흰민들레나 호박덩쿨, 보라색 도라지꽃이 가득한 안목에 반하였다. 부슬비 내리는 사이에 앉아 그림.

최정란

1 오 / 2021/ 드로잉(원주 한지, 마카) 

 작년 12월 말부터 셋이서 릴레이 드로잉을 하고 있습니다. 그림으로 하는 대화, 놀이, 사귐입니다. 친구(김성희작가)의 분홍 동그라미 그림(하나의 원이 둘, 넷, 여덟이 되는 동영상)의 답그림입니다. 소리 “오”, (텃밭)씨앗 열매, 창조, 감탄, 긍정, 어우러짐 등을 품으며 그렸습니다.

2 그릇되살림(Rebirth)/ 2021/ 쪽 나간 도자기, 흙, 옻, 은분/ 지름 9cm, 높이 4cm 

 큼지막히 쪽이 떨어져나가 이젠 도저히 쓸 수 없어 버려진 도자 그릇을 주웠습니다. 예쁨받던 그릇이랍니다. 편이 없기에 대신 토회(옻과 흙)를 듬뿍 올려 내친김에 그림도 그려보았습니다. 꽃과 새, 물고기. 옻칠공예기법을 응용해 깨지거나 이나간 그릇을 되살려 쓰고 있습니다.

3 일월오봉랄라도 칠보 만물이 조화로운 즐거운 삶을 꿈꿉니다.

봄날

<봄 냄새 봄>의미 없는 일상을 살아가도 괜찮은 연습을 해야된다고 생각한다. 돌멩이를 줍거나 마른 풀을 벽에 붙이는 일. 초를 만들거나 향기를 뒤섞는 일 같은 것. 봄은 냄새로도 오고 냄새로도 간다. 비에 젖은 흙, 밤의 목련, 시린 새벽, 만개한 한낮… 뿐만 아니라 아지랑이에도 냄새가 있을지도 모른다. 왠지 조금은 비릿할 것 같다. 눈꼽만한 새싹에서는 살짝 매운내가 날지도.

프르르

자연과 일상의 풍경을 영상과 사진으로 담고, 주변의 소리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하여 음악으로, 노래로 풀어간다. * 메아리 공연 & 퍼포먼스 (2019년부터 _ 진행중) 메아리, 서로를 다독이고 풀어가는 마음의 울림. 메아리{마음의울림}는 물줄기{실}를 연결하고 너울거리는 하늘빛 바다에 피우는 모두의 노래 _ 프르르

류승옥

나는 인간이 걸어다니는 공간이라고 상상한다. 그 공간은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움직이지만 걸어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공간들을 만나게 된다. 그 만남은 관계성이라는 덩어리로 받아들이거나, 버리거나, 새롭게 변화한 공간으로 다시 걸어간다. 어떤 무엇이 나의 공간에 들어왔을 때 관계가 만들어진다. 밀어 내지 않고 내 공간과 함께 걸어가는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다. 개개인의 움직이는 순간들이 서로에게 필요한 점 ,선, 면이 되기를 바란다.  

정여우림

5월 어느 날, 빨갛게 잘 익은 신선한 방울토마토를 아작아작 씹어 먹었다. 그날의 그것들은 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날뛰기 시작했다.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 즈음, 입맛을 잃어 며칠 제대로 먹지 못했다. 우연히 들른 마트에서 방울토마토를 보고 먹고 싶다는 생각이 오랜만에 들었다. 그 방울토마토의 색과 모양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 토마토들을 하나하나 씹어먹으며 인간은 신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것에도 외부의 물질을 받아들이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고 새삼 깨달았다. 방울토마토의 색과 형태 그 자체가 내 안의 오래된 기억들과 만나 다시 생생하게 감각을 기억하고 새로운 어떤 물질을 상상하게 한다. 그 물질은 무엇보다 삶을 충동하게 하는(어쩌면 식욕과도 같은), 5월의 그 토마토와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수잔

캄캄한 빛과 복순 지난 개인전 ‘캄캄한 빛’에서 페인팅 ‘캄캄한 빛’시리즈와 함께 ‘복순’시리즈를 걸었다. (‘복순’은 내가 키우는 반려견이다.) 나의 작업 전반이 ‘캄캄한 빛’이라는 타이틀로 묶이는 것 같다. 내게는 그것이 보이지 않는 빛을 찾아 가는 과정이기도 하고, 삶 속에서 억지로 붙드는 빛의 형태이기도 하다. 그 과정 속에 ‘복순’도 있다. 개는 뭘까. 개를 돌보는 마음과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으로만 산다면 좋을텐데…

김성희

1. 갇힌 사람들, 피어나는 산수유 바이러스 확산이 심해지며 ‚자가격리’라는 생경한 상황을 맞은 2020년의 봄. 내내 불안해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다른 생명들이 그저 생긴대로 조용히 봄을 맞고 살아내는 모습을 보며 나는 스스로에게 내내 되뇌었다: 이 혼란도 기다리면 지나가겠지. 다시 봄을 맞겠지. 그러니 불안해하지 말아야지. 사람도 생명이긴 마찬가지 아닌가. 


 2. 마음의 여러가지 얼굴. 무엇을 결정하고 그 뜻을 따르려 할 때, 아무리 굳게 마음을 먹었다 생각해도, 마음은 끊임없이 여기저기를 되돌아본다. 이 쪽이 낫지 않았을까? 저렇게 바꿔야했을까? 나는 대체 잘 하고 있는 걸까? 쉼없는 회의들이 마음을 어지럽히지만, 어쨌든 마음은 그 곳으로 가고 있다.

이제

람천의 새 - 봄, 수성목판화, 29.7x20 cm 

 중랑천의 새 - 봄, 수성목판화, 20x20 cm

새 봄을 맞이하며 새를 본다. 겨울부터 꽁꽁 언 얼음장 밑으로는 끝임없이 물이 흐르고 있었다. 가는 곳마다 새를 보았다. 2014년 텅 빈 감꽃홍시 마당을 뛰어다니던, 2019년 람천의 바위 위에 앉아있던 검은등할미새가 올해는 강가를 휙 날아 스쳐갔다. 가연지소의 제비들은 올해도 돌아올까? 서울 한복판의 중랑천에는 이런 저런 오리들이 떼지어 떠다니며 물닭은 냄새나는 검은 물 속으로 잠수하며 먹이를 찾았다. 때때로, 아니 자주 내가 인간인 것이 미안해진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새 봄을 맞이하며 새를 볼 수 있을까? 

정원

로사

쪽빛지도(Indigo Shade Map): 쪽빛 지도는 인디고페라(열대지방 인디고), 폴리그놈(동아시아의 쪽), 그리고 워드(대청)라는 세가지 다른 종류의 파란 염료를 가진 식물들을 식물들의 성격과 분포, 문화의 다양성에 기반한 쓰임 등의 지도로 보여 주는 블로그다. 현재 더 다양한 종류의 쪽 식물이야기를 지도와 블로그를 통하여 나누고 있다. 쪽 염색은 섬유예술에서 사용되는 천연염색 가운데 가장 오래된 방법이며 전세계적으로 각 문화가 공유하는 염색이기도 하다. 나는 쪽염색에 쓰이는 식물과 염색방법들, 문화적 배경 등이 서로 다르지만 파란 염료를 추출하고 염색하는 과정이 각 공동체 문화에 기여했다는 연결고리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 블로그가 쪽을 사랑하는 전 세계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 되기를 희망한다.

까시

프로메테우스

“처음을 생각할때 만나게 되는 것들 2" 

“처음을 생각할때 만나게 되는 것들 2" 

프로메테우스작년에 이어 왜 이런 걸 그릴까? 를 고민해보며 반복되는 작업의 어떤 부분, 공간의 형상과 만들어짐, 그 주체에 대한 생각, 사각형의 집을 짓고 그 안에서 사는 수많은 사람, 비슷해 보여도 너무나 다른 내면의 형상과 삶의 형태를 생각해봅니다.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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